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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철학

강신주 <철학 vs 철학> 17장 이름은 바뀔 수 있는가?

by 아련한 2021. 8. 20. 00:11

17. 이름은 바뀔 수 있는가? 러셀 VS 크립키

고유명사에도 내포가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의 제1실체는 고유명사로 지칭되는 개체를 가리킨다. 제2실체는 일반명사를 가리킨다. 제1실체는 주어로만 쓸 수 있지만 제2실체는 주어뿐만 아니라 술어로도 쓰일 수 있다.

 

영국의 논리학자 밀에 의하면 모든 개념은 내포와 외연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내포는 어떤 개념이 함축하는 성질을 의미한다면 외연은 그 개념이 지시하는 것을 가리킨다. 밀은 고유명사가 외연만을 가지고 내포는 가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프레게는 고유명사가 외연에 더해 내포도 가지고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사후적인 입장'에 서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분석철학자 러셀은 기술이론으로 고유명사에도 내포가 있다는 언어철학적 주장을 체계화한다.

 

러셀: "고유명사도 일반명사들로 번역할 수 있다."

러셀은 라이프니츠의 신의 시선에서 모든 명제는 분석명제라고 보는 관점에 큰 영향을 받았다.

러셀은 고유명사들이 '기술어들에 대한 축약'에 불과하다고 주장했고 더 나아가 고유명사에 어떤 외연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정한 고유명사란 '이것'이나 '저것'과 같은 단어들이며 이러한 지시대명사를 '논리적 고유명사'라고 불렀다. 

내포가 덧붙여진 가짜 고유명사들의 실체는 일련의 기술구들의 축약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러셀의 입장은 제1실체 즉 주어만 될 수 있고 술어는 될 수 없다는 제1실체의 특권적 지위를 박탈했다는데 철학적 중요성이 있다. 하지만 프레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후적인 입장에서만 성립 가능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크립키: "고유명사는 모든 가능세계에 그대로 적용된다."

크립키는 고유명사가 일련의 기술구들의 축약에 불과하다는 러셀의 입장을 가장 신랄하게 비판한 철학자였다.

크립키는 비트겐슈타인으로부터 이론적 기반을 받아들였는데, 비트겐슈타인은 고유명사가 부여되는 그 처음 순간에 주목했다. 이는 분명 러셀의 사후적 입장과는 달리 사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크립키가 최초의 명명의식에 주목했다는 것은 그가 고유명사를 사전적인 입장에서 성찰하고자 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반면 러셀은 먼 과거에 행해졌던 최초의 명명의식을 존중하지 않았다. 최초의 명명의식을 거행했던 타자나 그 명명자에게 고유명사를 들은 타자들의 중요성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러셀이 고유명사를 기술구들의 축약이라고 정의한다면, 크립키는 고정 지시어라고 정의한다.

 

크립키는 러셀을 비판하기 위해 가능세계 논리를 도입한다. 

  • 허난설헌은 허균의 누나다.라는 기술구가 있다.
  • 가능세계에서 허난설헌은 허균의 누나가 아니다는 명제가 사용 가능하다 하자.
  • 위 주어진 주어를 기술구로 바꾼다면 허균의 누나는 허균의 누나가 아니다.라는 명제가 된다.

위와 같은 논리로 기술구들은 특정한 세계에만 한정되지만, 고유명사는 모든 가능세계에서 동일한 대상을 반드시 지시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일반명사는 항상 배제와 폭력의 논리가 도사리고 있다.

고유명사를 빼앗긴다는 것, 그것은 개체로서의 존엄성을 부정당한다는 걸 의미한다. 

 

고찰 문석철학의 이카루스, 러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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