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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후기

by 아련한 2021. 12. 4. 14:00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등 여러 추리소설로 유명한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가슴 뭉클한 이야기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어보았습니다. 어설픈 3인조의 무례한 답장을 통해 벌어지는 가슴 따스한, 기적 같은 이야기를 다룬 나미야 잡화점의 후기를 포스팅해 보았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후기

미숙한 사람들의 어설픈 상담이라는 평범한 이야기에 시간이라는 요소가 첨가됨으로써 더욱 풍부한 이야기가 완성된 것 같습니다.

 

 

감상 후기

감상 후기.

처음에는 예의 없고 무례한 3인조의 편지에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런 편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달토끼는 너무 답답했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진정한 기적은 시간 여행을 하는 편지가 아니라, 깊이 없는 답장들이 깊이 있게 읽혀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설프고 무례하지만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고 성의 있게 답장하려는 모습에서, 그리고 그 답장들을 통해 뿌듯함과 기쁨을 느끼는 그들의 모습이 어린아이 같아 정감 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스러우면서도 추리소설은 아닌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1970년대와 2000년대의 시공간을 오가며, 남들에게 밝힐 수 없는 속마음과 고민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 속에 감동과 따스함이 담겨있을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고민하는 여러 가치들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담겨있기도 합니다. 꿈과 사랑, 꿈과 현실, 돈과 현실 등... 어떤 것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하는 것인지는 처해있는 상황마다 다르기에 확정할 수 없지만,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진짜 마음을 어떻게 찾아내고 마주할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여러 파편적인 이야기들이 퍼즐같이 하나하나 맞춰지며,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사랑의 기적을 약간의 미스터리와 약간의 판타지로 흥미롭게 보여주는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나미야-잡화점의-기적-표지
나미야-잡화점의-기적-표지

 

결말의 아쉬움

책을 읽으면서 (전혀 다른 소재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예 작가의 '달러 구트 꿈 백화점'이란 소설이 자주 생각났습니다. 왠지 모르게 감동을 전달하는 방식이 비슷하달까... 특히 음악가 가쓰로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달러 구트에 등장했던 음악가의 이야기와 많이 오버랩되었습니다. 자신의 꿈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보여주는 그 둘의 캐릭터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둘의 결말은 전혀 달랐지만...

 

여하튼 제목에 포함된 기적이라는 단어에 모든 인물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물론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지만, 조각가인 고스케와 음악가 가쓰로는 과연 기적이 함께 한 삶이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고스케는 부모님의 자살 사건을 알기 전까진 만족스러운 삶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자살이 본인에게 가장 큰 원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평생 그의 마음을 무겁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도망친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확신에서, 도망치지 않았다면 부모님을 잃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후회로 변하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쓰로의 삶은 좀 더 고달프게 느껴졌습니다. 어설프게 뛰어난 재능과 그 재능을 포기할 용기가 없던 그는 평생 의심하는 삶을 살았을 뿐입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성공할 수 있을까?'와 같은 떼어낼 수 없는 의심들....
그에 더해 그가 죽기 직전에 했던 생각은 더욱 비참합니다. 편지에 담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 수도 없는 한 줄의 문장으로 자신을 위로하며 맞이하는 죽음.

 

나미야 잡화점에게 온 기적이 모두에게 행복함을 안겨주지 않은 것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기억에 남는 글.

"해코지가 됐든 못된 장난질이 됐든 나미야 잡화점에 이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다른 상담자들과 근본적으로는 똑같아.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휑하니 뚫렸고 거기서 중요한 뭔가가 쏟아져 나온 거야.
(......) 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물론 착실히 답을 내려줘야지.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p158

'나미야 잡화점에 보내진 장난스러운 편지에 왜 응대해 주는가?'에 대한 나미야 할아버지의 대답입니다. 장난스러운 편지든,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빈 편지든 언제나 오랜 시간을 들여 진지하게 고심하고 신중하게 답해주는 그의 모습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누군가의 고민을 이토록 진지하게 마주했던 적이 있었나?'

 

대부분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했었던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진지하고 심각하게 이야기했던 적도 있었지만 나미야 할아버지와 다르게 타인의 고민을 100% 진지하게 여겼던 적은 흔치 않았던 거 같습니다. 심지어 어느 때에는 공감이 안된다는 이유로 무성의하거나, 술자리의 술안주처럼 장난스레, 별거 아닌 고민이란 듯이 하찮게 여겼던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민의 무게를 내 멋대로 판단하고 하는 이야기가 상대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을까요?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언제나 마음 한구석의 구멍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임을 잊지 말고, 진중하게 답해주는 나미야 할아버지의 태도를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한줄평

평점 ★★★☆

추리 소설 작가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의외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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