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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by 아련한 2021. 9. 9. 23:18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한국소설



김초엽 지음



출판사 허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후기

 이 책은 서점을 돌아다니다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빛의 속도라는 공대생을 자극하는 제목의 특이성과 서정적인 표지로 인해 호기심이 생겼고 작가가 여성이라는 점과 sf장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여성이 보여주는 sf장르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꼭 읽어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려 했는데 김초엽 작가의 책이 인기가 상당히 많아 빌리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독서모임의 돌려 읽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참가자의 책을 통해 읽게 되었습니다.

 

김초엽의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7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모음집이다. 


[인상적인 이야기들]

-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

<우리가 빛의 속도록 살 수 없다면>의 첫 번째 이야기이다.

순례자들이 지구에 남는 이유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그들과 함께 세상에 맞섬으로써 좀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라고 이야기한다. 즉,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한 행복의 유무가 결정의 요인일 것인데... 사랑이라 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행복은 줄고 고통이 증가하다 자연스레 둘 사이의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사랑은 고통도 동반하기에, 지구에 존재하는 다른 수많은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가져야 할 감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마을에 남는 쪽을 선택할 것 같다. 그저 무난하게 행복하고 싶다.

 

- 공생 가설 -

왜 우리는 유년기의 기억을 기억하지 못할까?라는 미스터리 + 인간의 도덕적 가치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라는 철학적 사유 + 보이지 않는 외계인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이 단편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전체 소설 중 가장 창의적이며 독특한, 매우 인상적인 소설이다.

 "우리가 인간성이라고 믿어왔던 것이 실은 외계성이었군요."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 관내 분실 -

이번 단편에서는 김초엽 작가가 여성 또는 엄마로서의 이야기를 sf함께 잘 표현한듯 싶다.

관계의 단절로 인해 여러 역할들을 포기하고 하나의 역할만 선택했을 때, 그리고 그 역할에 문제가 생겼을 때의 정신적 고통과 아픔을 미약하게나마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정과 직장에 묶여 점점 더 적은 역할들을 수행해야만 하는 지금의 우리들이 읽고 고민해 볼만한 이야기인 것 같다.


[감상평]

무엇보다 이 김초엽의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는 제목을 너무 잘 선택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음으로 인한 슬픔과 아련함 그럼에도 무언가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 그리고 이러한 낭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파스텔 풍의 표지. 마지막으로 sf라는 장르. 나의 상상력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멋진 어울림이었다. 아쉬운 점은 막상 동명의 소설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

 

단편 소설의 아쉬움은 많은 내용을 담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생기는 많은 궁금증과 이야기를 나만의 상상력으로 채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것도 나름의 즐거움이지만 원작자가 생각하는 연속된 세계관을 즐기는 것 또한 독자의 즐거움 아닐까 싶다.

 

나는 이 소설을 나와 타자 간의 '이해'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나와 세계, 나와 외계, 나와 가족... 등등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자신 아닌 다른 것들과 소통하고 흔적을 쫓아가는 시간은 타인의 인생을 알아가는 시간이며 그들은 그러한 과정을 거쳐 비로소 타인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타인을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려우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럼에도 이해는 서로를 위로하고, 상처를 보듬고, 미움을 애틋함으로, 맘 속의 응어리를 풀어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었다.

 

sf적 모험, 놀라운 상상력과 세계관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지만, 그럼에도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록 살 수 없다면>은 sf답지 않게 인문학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면에서 오히려 독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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