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이야기, 슬픔, 아련함 그리고 감동을 선사하는 소설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읽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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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 일본 소설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
1. 지금 만나러 갑니다 첫 만남
지금으로부터 15여 년 전, 친구들과 아무 생각 없이 치킨이나 뜯다가 갑자기 영화라도 보자는 이야기에 아무 생각 없이 무작위로 고른 영화를 틀었다. 먹던 치킨을 대충 정리하고 불을 끈 후, 좁은 방에서 본 그때 그 영화는 너무나 슬펐으나 아름답고 또 가슴 설레는 영화였다. 보통 친구들과 영화를 보면 이 얘기 저 얘기하면서 보는데 그 영화는 유독 말없이 온전히 영화에만 집중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또 잊을 수 없는 기억은 영화가 끝난 후 전등이 켜지며 보이던 그 방안의 풍경이다.
영화의 여운을 느끼며 애틋한 감정이 샘솟으려는 그때 환하게 보이던 방안의 지저분함과 먹다 남은 치킨 뼈들 그리고 시커머코 우중충한 내 친구들의 얼굴... 행복한 순간에 맞는 비극이 이런 순간일까....
뭐 여하튼 내게 있어서 그 때 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파스텔풍의 가슴 따스한 영화이자 연애한 번 못해본 남자 셋의 우중충한 현실을 깨닫게 해 준 영화로 기억되었다.
그리고 15년이란 시간과 함께 내 기억 속에서 잊혔던 그 영화는 며칠 전 도서관에서 정말 우연히 동명의 소설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무심결에 뽑은 그 책은 15년전의 그 상황과 감정을 어렴풋하게 떠오르게 했고 왠지 설레는 마음에 원래 찾으려던 책을 뒤로하고 집으로 가져왔다.
2.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읽은 후 감상
일본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었고 충동적으로 집어 든 책이었기 때문에 이치카와 다쿠지의 소설은 처음이거니와 작가에 대한 다른 정보도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소설로 접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역시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였다.
소설과 영화는 전반적으로 비슷하지만 여러 배경에서 차이가 좀 났는데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인 해바라기 밭이 원작은 불꽃놀이 축제가 열리는 마을이라던가 아카이브별 동화는 사실 존재하지 않았다 던가 일본풍의 서정적인 집이 사실을 아파트였다. 같은 부분 그랬다.
나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소설보다 영화를 먼저 접했기 때문인지 대체적으로 영화에서의 상황이나 배경이 더 좋았지만 사실 소설을 읽으면서 크게 신경 쓰인 부분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정말 차이가 난 부분은 주인공 타구미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르다기보다는 타쿠미에 대한 묘사를 훨씬 자세히 표현해 준다. 영화를 보면서는 타쿠미라는 인물이 덜떨어진... 지능이 낮은 사람인지? 아닌지? 의문이 들었는데 소설을 통해 보이는 타쿠미는 (소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저 다른 보통의 사람들보다 신체적으로 좀 더 많은 짐을 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신체적 불리함을 가진 타쿠미가 직장인으로서 또는 한 아이의 아빠로서 살아가데 가지는 어려움과 고민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극복하고자 하는지를 타쿠미 시선으로 잘 보여준다. 소설 초반부에 유지와 함께 영화관에 가거나 지하철을 타고 병문안에 가는 에피소드가 이러한 부분들을 잘 표현해 준다고 생각한다.
3. 소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인 만큼 소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는 예쁘고 마음에 남는 문장이 여럿 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마음에 남아 눈물 나게 하는 문장은 책의 마지막에 있는 문장이 아닌가 한다.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가야지요.
호수역에서, 분명 그 사람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나의 멋진 미래를 안고서.
기다려주세요, 나의 도렴님들.
지금 만나러 갑니다.
현실에서 잠들어있던 시간을 통해 느낀 주인공 미오의 걱정과 불안.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그녀의 강한 결의, 심정이 느껴지는 문장이랄까.
로맨틱 코미디같이 꽁냥꽁냥 하고 오글오글하는 연애하고 싶게 만드는 설렘을 느끼게 한다거나 아니면 눈물 나게 애절한 사랑이야기는 아니지만
좀 더 단백한면서도 아픔이 느껴지는 동화 같은 아름다움? 을 선사하는
파스텔풍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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